고린도전서 소개
저자와 수신자
바울(파울로스)이 고린도에 있는 에클레시아(불러내신-공동체)에게 보낸 서신이다. 바울 자신이 서두에서 "하나님의 텔레마(뜻)를 통하여 부르심받은 예슈아 메시아(그리스도)의 사도 바울"이라고 밝히며(1:1), 함께 보내는 이로 "형제 소스데네"를 언급한다. 수신자는 "고린도에 있는 하나님의 에클레시아(불러내신-공동체), 예슈아 메시아(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하게 된 이들, 부르심받은 거룩한 이들"이다(1:2).
저작 시기와 장소
바울이 세 번째 선교 여행 중 에베소에 머무르던 때에 기록하였다. 본문 자체가 이를 확인해 주는데, 16:8에서 "나는 오순절까지 에베소에 머무를 것이다"라고 말한다. 시기는 대략 서기 53-55년경으로 추정되며, 바울이 고린도를 떠난 뒤 약 3-4년이 지난 시점이다.
고린도의 배경
고린도는 로마 속주 아가야의 수도로, 두 개의 항구(동쪽 겐그레아, 서쪽 레카이온)를 끼고 있는 상업 중심 도시였다. 동서 해상 무역의 교차점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온갖 민족과 문화, 종교가 뒤섞여 있었다. 아프로디테 신전을 비롯한 다양한 이교 제의가 성행하였고, 도시 전체가 쾌락주의적이고 도덕적으로 방종한 분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환경이 서신 안에서 다루어지는 음행 문제, 우상 제물 논쟁, 소송 문제 등의 직접적 배경이 된다.
기록 동기
바울이 이 서신을 쓰게 된 구체적 경로는 두 가지이다. 첫째, "글로에의 사람들"로부터 고린도 에클레시아 안에 분열과 다툼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1:11). 둘째, 고린도 에클레시아가 바울에게 여러 실제적 문제에 관한 질의 서신을 보냈다(7:1 "너희가 쓴 것에 관하여"). 바울은 이 두 가지에 대하여 하나하나 응답하는 형식으로 서신을 구성하였다.
내용 구조
1-4장: 에클레시아 안의 분열 문제. "나는 바울의 것, 나는 아볼로의 것, 나는 게바의 것"이라 하며 갈라진 파당을 질책하고, 십자가의 메시지가 하나님의 지혜(소피아)요 능력임을 선포한다. 사도는 메시아(그리스도)의 종이요 하나님의 비밀들의 청지기일 뿐이다.
5-6장: 윤리적 문제들. 아버지의 아내를 취한 자의 음행을 다루며, 에클레시아 내부의 징계 원칙을 제시한다. 형제 간의 세속 법정 소송을 꾸짖고, 몸(소마)이 거룩한(하기오) 영(프뉴마)의 성전임을 선언한다.
7장: 결혼과 독신에 관한 가르침. 고린도 에클레시아의 질의에 답하여, 결혼한 자와 미혼자, 과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제시한다. 각 사람이 부르심받은 그대로 머무르라는 원칙을 반복한다.
8-10장: 우상에게 바쳐진 음식 문제. 그노시스(지식)는 교만하게 하나 사랑은 세운다는 원칙 아래, 약한 형제를 위한 자유의 제한을 논한다. 바울 자신이 사도로서의 권한을 포기한 것을 본보기로 제시하고, 이스라엘의 광야 실패를 경고의 본으로 든다.
11장: 모임의 질서. 기도와 예언 시의 머리 덮개 문제, 주의 만찬을 먹는 방식의 무질서와 그에 따른 판결(크리마)을 경고한다.
12-14장: 영적 은사들. 한 영(프뉴마)이 다양한 은사를 나누어 주시며, 모든 지체가 한 몸(소마)을 이룬다는 원리를 펼친다. 13장은 사랑이 모든 은사보다 위에 있음을 선포하는 핵심 장이다. 14장은 예언과 방언의 질서를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15장: 부활론. 메시아(그리스도)의 부활이 복음의 핵심임을 논증하고, 죽은 자들의 부활의 순서와 방식을 밝힌다. 혼적인 몸(소마)으로 심겨 영적인 몸(소마)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설명하며, 첫 사람 아담이 살아 있는 혼(프쉬케)이 된 것과 마지막 아담이 살리는 영(프뉴마)이 되신 것을 대비한다.
16장: 마무리. 거룩한 이들을 위한 모금, 바울의 방문 계획, 디모데와 아볼로에 관한 소식, 최종 권면과 인사로 끝맺는다.
고린도전서의 특성
이 서신은 바울 서신 중 가장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신학적 이론이 아니라 에클레시아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분열, 음행, 소송, 결혼, 음식, 예배 질서, 은사 남용, 부활 부정 등의 문제에 하나하나 답한다. 특히 영(프뉴마)과 혼(프쉬케)의 구분, 혼적인 것(프쉬키콘)과 영적인 것(프뉴마티콘)의 대비가 15장에서 명확히 드러나며, 이것은 인간 내면 구조의 이해에 있어서 핵심적인 본문이다.
고린도후서와의 구분
고린도전서와 후서는 같은 에클레시아에 보낸 서신이지만 상황과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서는 에베소에서 보내진 것으로, 에클레시아 내부의 구체적 문제들에 대한 질서정연한 답변이다. 후서는 전서 이후 고린도와의 관계가 크게 악화된 뒤, 마게도니아에서 보낸 것으로, 바울의 사도적 권위에 대한 변호와 화해의 호소가 중심이다. 전서가 "문제 해결"의 서신이라면 후서는 "관계 회복"의 서신이다. 또한 전서와 후서 사이에 바울이 고린도를 "슬픔 가운데" 방문한 일과 "눈물의 편지"(고후 2:4)를 보낸 일이 있었으며, 후서는 이 일련의 사건 뒤에 쓰인 것이다.